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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있었다’라는 사진전이 한 대학에서 열렸다.

대학 곳곳에 항상 있던 그 풍경을 찍은 사진전이다.

그들은 항상 거기 있었지만 항상 배경이었다.

‘거기 있었다’는 풍경이 아닌 인물전이다.

대학의 구성원이지만 배경이어야만 했던 그들,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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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세종대 아트갤러리에서는 ‘우리학교 다섯 번째 구성원 비정규직 노동자 사진전’ <거기 있었다>가 열렸다. 세종대학교 사진집단 포뮨에서 준비한 이번 사진전은 대학내 경비직, 미화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담은 사진전이었다.

교수협의회, 직원노조, 총동문회, 학생회에 이어 다섯번째 구성원인 비정규직 노동자.

사진전만은 아니다.
사진전을 계기로 만들게 된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하는 학생모임(준)’은 두 번의 장수사진 프로젝트와 사람의 밥 짓기 행사를 열었다.

이번 사진전을 준비하고 장수사진 프로젝트에서 어르신들의 사진을 찍은 전상진(세종대 신방・02)씨는 군입대를 하루 남겨 놓기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했다.

그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진을 처음 찍은 것은 지난해 3월, 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훨씬 더 이전의 일이다.

“2004년 봄, 학생회에서 재단 민주화 운동을 하고 있을 때였어요. 해직 교수 복직을 위한 촛불 집회가 계속되고 학교 안에 대자보와 유인물을 배포했었어요. 그런데 다음날이 되면 마법처럼 깨끗하게 다 치워져 있는 거예요. 미화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죠. 그렇게 처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알게 됐죠.”

-민중언론 참세상 ‘거기 있었다’ 인용


사진전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그는 “여자 친구랑 헤어진거요”라며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군입대를 4일 앞둔 지난 5일 세종대에서 만났을때다.
그는 이날도 비정규노동자들을 위한 ‘장수사진 프로젝트’를 위해 학교를 찾았다.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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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장수사진을 찍어드린다고 했을 때는 사진에 대한 기대보다는 학생들이 뭔가 해주려고 하니까 대견해서 참여하셨는데 막상 사진이 나오고 사진에 담긴 자신을 모습을 보시더니 많이 좋아하시더라구요. 그때 부끄럽다고 안 찍으신 분들이 지난번 찍은 사진보고, 찍으신 분들 이야기 듣고 오늘 많이 나오셨어요.”

사진전 작업 후기에서 그는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담겠다고 결심한 그 순간부터 부딪히게 된 것은 관계와의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이 날 장수사진 프로젝트에서 본 그와 비정규직 노동자분들과의 ‘관계’는 학생과 학교직원, 혹은 사진사와 찍히는 이 이상이었다.

“사진을 찍어 드리는게 그분들에 대한 봉사라기보다는 노동자 분들께 자신들의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처음 관계를 맺게 됐을 때는 학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자신을 숨기고 자신을 낮추려는 입장이었죠.

하지만 그분들의 모습을 찍어드리고 함께하는 동안 많이 변하셨어요. 사진속의 자신의 모습을 보고 이게 진짜 자기 모습인가 놀라워 하시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노동자 의식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한없이 낮추기만 하시던 분들이 이제는 ‘우리가 없으면 이 학교가 어떻게 될 지 상상해보라’며 자신감을 가지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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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을 접한 학생들의 반응도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2005년에 직원노조가 파업을 한번 했는데 그때까지만해도 ‘학교에서 뭐하는 짓이냐, 밥그릇 싸움 아니냐’는 반응이 팽배했는데 이번 사진전을 본 학생들 대부분이 지지의 뜻을 보냈어요. 이제 학생들이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대해 자신들의 일로 인식하는 것 같아요.”

사진전을 준비하면서 함께하는 이들도 늘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하는 학생모임(준)’(이하 학생모임)은 사진전과 함께 두 번의 장수사진 프로젝트를 함께했고, 지난 8일에는 두 번째로 ‘사랑의 밥짓기’ 행사를 열었다.

하루 9시간, 주6일, 일년에 3일만 휴가를 쓸 수 있는 미화 노동자들이 땀흘려 일해 받는 80만원 짜리 월급엔 식대가 없다는 사실.

그래서 점심시간이 되면 아저씨들은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시거나 도시락을 싸오시고 아주머니들은 각 건물 계단 밑에 있는 간이공간에서 직접 밥을 지어 드신다는 사실.

창문도, 햇빛도 없는 동굴 속 같은 곳에서, 우리들의 발밑에서 지금 누군가는 식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

이것은 20세기 산업혁명 당시 역국의 노동자들이 모여살던 빈민가의 모습도, 1970년대 전태일의 죽음으로 알려진 동대문 의류상가의 모습도 아닙니다.

2008년 세종대학교 비정규직 미화노동자들의 모습입니다.

-세종대학교 미화노동자와 함께하는 ‘사랑의 밥짓기’ 웹자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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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하는 학생모임은 이제 출발 단계다. 하지만 그들은 감히 이런 세상을 꿈꾼다.


신방과 학생들은 100人의 100人 인터뷰 '학생이 자신의 주변에 존재하는 노동자를 만나다' 를 실시하고 모아진 글들을 발표한다. 영화예술학과 연출전공은 방학기간 시간강사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 연기전공은 비정규직으로 몰린 우리의 미래를 연기하는 것.

유니폼도 없이 일하고 있는 미화직 노동자들을 위해 패션디자인 학과에선 멋진 유니폼을 디자인하고 기계공학과에선 허리 굽혀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효율적인 도구를 개발하고 건축공학과 친구들은 노동자 1인당 청소해야 하는 건물 평수를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체육학과 학생들이 근육의 쓰임과 열량소비를 조사해서 발표하는 것.

불안정 노동을 곳곳에 방치하는 것이 진리탐구라는 대학교육의 목적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교육학과 학생의 레포트가 발표되고 역사학과에선 비정규직 이라는 변종 고용형태가 언제 출현했고 그로부터 우리대학에는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묻혀 지나갔는지를, 조리외식학과 학생들이 미화직 경비직 노동자들이 식대를 지급받는 그 날까지 밥짓기 행사를 벌여내고 생명공학과 학생들은 경비직 노동자들의 24시간 철야근무 제도가 인간의 생체리듬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고 수명을 단축시키는 노동 행위인지를

경영학과에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학교 경영상에 충분히 유리한 점이 많다는 것을 환경학과 학생들이 어느 날 각종 측정기를 가지고 식당 세정실의 소음과 기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의 온도를 만화애니메이션 학생이 노동자들의 캐리커쳐를 담아 다른 구성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작품 활동을 하는 것.

-사진전 ‘거기 있었다’ 작업 후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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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기자 lefthearter@on20.net  
2008/09/09 01:27 2008/09/09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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