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25 11:17

이준익의 양 손에 들려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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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분 전에 영화를 보고 왔다. 재밌었냐고? 글쎄다.

단순히 재밌기로만 하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놈놈놈'에 비할바가 아니고 감동으로 흐르는 영화도 '결코'아니며 일각에서 제기한 여성영화도 아니더라. 그럼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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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답은 의외로 명료하다. 적어도 '황산벌', '왕의 남자' 이후의 이준익 감독은 영화를 찍을 때 양 손에 들고 있는 게 있다. 음악과 인간. 딱 두 개라 단언한다. 물론 그의 영화는 보기 딱 편한 화면과 감칠 맛 나는 대사도 있다. 스토리가 떨어지는 것도 결코 아닐게다. 그래도 결국엔 두 개만 남는다. 그의 영화라면 이제 관객들은 으레 음악과 사람 냄새를 기대한다. 이 영화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에게 딱 잘라 말하라 묻는다면 역시나 들이댈 참이다. 양 손 가득히 담고서.

영화를 보고 나온 후 10분간, 필자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이야기에 짜증이 일어났다. 대체 왜 저 여자는 애정이라곤 눈꼽만치 없는 남편 찾아 저 고생을 하며 베트남까지 갔을까? 기적적으로 상봉해선 왜 아무 말 없이 때리고 울까?

이 영화를 보게 한 결정적 이유를 만들어 준 또 다른 사람인 송원섭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그것을 '여성의 거대한 모성'이라 설명하지만 그건 아니다. 그럼? 글쎄, 나도 모르지. 아니, 누구 아는 사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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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점은 이 영화가 철저한 판타지라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베트남전이라는 그럴싸한 배경을 제외하고는 영화 속의 이야기와 장치는 전부 다 픽션이다. 애시당초 모든 이야기가 픽션이라면 이야기는 감독의 의도에 의해 크게 변화한다. 그의 의도, 바로 '사람'에 대한 시선 말이다.

필자가 내린 결론은 바로 그것이었다. 관객에게 '사람'을 보여주기 위해 음악으로 포장하고 픽션을 '활용'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자손의 대를 이어야 할 자손의 어머니로 바라보는 시어머니, 다른 애인을 두고 애정없는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 그녀를 돈 벌이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정만과 와이 낫 밴드, 생사의 갈림길에 그녀의 노래로 인해 진심으로 위로받는 한국군, 그녀를 정욕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미군, 그리고 지치고 힘겨운 땅굴에서의 삶에 위로를 찾는 베트콩. 그렇다. 감독은 애시당초 '왜 순이가 저렇게까지 남편을 찾아 헤매나'라는 질문에 대답할 마음이 없었을 것이다. 그저 그녀가 만나는 사람들을 관객에게 느끼게 해 주고 싶었을 뿐이다. 이 영화가 단순한 전쟁영화가 아니라 '사람'을 그려내기 위한 또 하나의 드라마라 말할 수 있는 결정적인 근거가 엔딩 장면에 있다. 최전방 전쟁터, 지척에서 동료는 숨이 끊어지고 포탄이 떨어져도 순이와 상길은 그대로 주저앉은 채 울어버린다. 그것은 이미 전쟁이 아니었다.

결국 순이가 남편을 찾는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에 영화의 초점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굳이 인간애가 아니더라도 그저 사람. 사람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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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다면 그의 또다른 손에 들려있는 것, 음악이 그것을 잘 포장한다. 그저 BGM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인물을 부각시키고 위기를 돌파하는 비책으로 그것은 매우 요긴하게 사용된다. 베트콩과 미군에게 붙잡힌 와이 낫 밴드를 구한 것은 총이 아니라 노래였다. 베트콩에게 평화를 어필하기 위해 '님은 먼곳에', 미군에게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미국 국가와 대니보이를 울부짖는 것은 순이와 정만을 극적인 생환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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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나무는 보고 숲은 못 본다'고 한다. '나무'에 집중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스타일이 주를 이루는 영화 세상에 살다 보니 '숲'을 이야기하는 데 익숙한 감독의 성향이 다소 생뚱맞게 보이기도 하겠다. 영화에 사상을 집어넣고 그를 위해 캐릭터를 살리고 이야기를 창조해내는, 이준익 감독은 그런 점에선 스토리텔러가 아닌 사상가라 할 만하다.


+

사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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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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