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난 노빠다.
M.E.E.T. 2008/06/13 08:22
그렇다. 난 노빠다.
지난 5년간 가슴에 손을 얹고 단 한순간도 그렇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자신할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말을 함부로 하는(?)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등을 돌릴 때에도,
또 노무현답지 않게 이라크 파병과 미국과의 FTA를 추진할 때에도.
난 그를 믿었다.
16대 대선에서 기호 2번을 찍었던 부모님 또한,
'놈현스럽다', '놈현때문이다' 등등의 말과 함께
(당시의) 현직 대통령을 저속하고 천박한 유행어 속에 밀어 넣기 바빴고.
난 그 말 한마디 한마디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들에게 나의 논리는 하나였다.
우리나라는 변방의 작은 나라다.그렇지만.. 슬프게도..
그나마도 허리가 갈려 여기저기 눈치를 봐야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어떤 강대국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자리가 지금 이 나라의 대통령 자리일 것이다.
그런데.. 내가 지지하지 않는다면, 세계의 누가 하겠느냐?
내가 품지 않는 내 식구를 누가 예뻐해줄 것이냐?
그가 내 나라의 대통령이기에, 난 노무현을 지지하고, 믿고, 따를 것이다.
국회의원조차 제대로 당선된 적 없는 상고출신 부산놈이 대통령에 덜컥 당선되자.
조중동이라는 언론의 대명사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크리에이티브를 보여주었고.
점 하나의 들고 남, 쉼표의 위치, 문장의 도치 등등으로 완전히 다른 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한국어의 묘미를 한껏 뽐내면서 언론, 아니 표현의 자유를 몸소 실천했다.
그리고 그들이 대한민국의 16대 대통령 노무현 취임 2일째 되는 날부터 전방위로 주장했던 탄핵은. 2004년 3월 12일. 역사가 되었다.
4년 남은 대통령을 4년이 모두 지난 국회의원들이 짤라버린 어처구니 없는 사건에..
조중동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며.
이제야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겠다며 어깨춤을 췄다.
하지만 김근태와 함께 울고, 유시민과 함께 분개했던 나는
그날부터 회사를 접어버리고, 광화문으로 출근했다.
나의 대통령을 돌려놔라, 니가 뭔데 내 대통령을 짤르는 것이냐???
하며.. 버럭버럭 화를 냈다.
전여옥은 '국민'들이 원하는 일이라고, 대통령은 다시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전여사가 말하는 국민이 누구인지, 혹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런 신조어가 생긴 것인지
지식인에 물어보고, 신지식을 찾아보았음에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물은 셀프라는 기본도 알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을 4년 전에 뽑았다는 것은
얼굴을 들 수 없을 만큼 쪽팔렸었다.
그 쪽팔림은 곧 분노가 되고, 이는 다시 냉정한 촛불이 되어 광화문을 밝혔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 모두가 '국민'이라 주장하기에.
전여사는 분명 한국말을 잘 못하는가부다..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국민'들과 함께 며칠을 광화문 앞을 지키던 난..
의외로 거꾸로 생각하게 됐다.
언론이 현직 대통령을 마구마구 씹어대는 것이 나쁜 일인가?...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들이
특별히 잘못한 일도 없는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것이 정말정말 나쁜 일일까?
아닌 것 같았다.
불과 25년 전.. 그러니까 내가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었을 적.
전두환이라는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을 해먹기 전부터..
대통령이고 총리고 죄다 무시치고.
언론도 좌지우지하고, 국민도 무지막지하게 쏴 죽였다.
그래도 누구 하나 뭐라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2004년 대한민국은.
언론이 지면 혹은 전파를 무기로
현직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다며 꼼꼼하게 집어내도 괜찮은... 그만큼의 자유가 있었다.
말 한마디에 남산으로 끌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는 전설은.
그다지 먼 과거얘기가 아니었는데... 우선은 놀라웠다.
법대로... 그러니까 국회 재적의원 과반의 발의와,
국회 재적의원 ⅔의 찬성을 얻는다면. 대통령을 해고 할 수 있다는.
헌법에 쓰여있는, 바로 고대로의 법치가 기뻤다.
이건 분명 대한민국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노무현은 전하도, 박사님도, 장군님도, 선생님도 아닌 그냥 '대통령'에 불과했다.
어린 백성을 다스리는 왕이 아니라, 국민에게 주권이 있는 공화국의 대통령 말이다.
그래서 난 그가 좋았다.
공화국의 대통령이기에 스스로에게 왕의 권위를 부여하지 않았고.
이것이 대통령답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게 한다해도.
국민의 머슴에 불과한 대통령은 머슴다운 것이 당연하다며 굽히지 않았다.
언론이 머슴에게 왕처럼 굴지 못한다고 손가락질 하자,
이에 머슴을 뽑은 왕들 마저 언론에 놀아나 머슴에게서 왕을 기대할 때에도.
그는 한번도 왕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나는 내가 뽑은 내 나라의 내 대통령이 자랑스럽다고 말 할 수 있어서
지난 5년이 참 행복했다.
임기가 끝나자,
나는 4억 6천만원의 대출을 받아 지은 아방궁(!)에 내려간 서민 노무현에 환호하지 않을 수 없었고.
발가락 양말에 슬리퍼를 신고,
자전거 뒤에 손녀의 유모차를 매달고 논두렁을 내달리는 할아버지 노무현에
코끝 찡한 그리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노빠였던 이유처럼. 100일 쯤 전부터 난 명빠여야 했다.
노짱을, 노간지를, 노공이산을, 놈현을 아주 맹목적이고 절대적으로 지지했던 이유 중 하나로.
작은 내 나라의 내 대통령이기에 그 작은 내 나라의 국민인 내가 지지해야 하는데...
머리로도, 가슴으로도, 손가락으로도, 입으로도 되지 않는다.
심지어 내 발은 7시 즈음이 되면, 어느새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을 향하고 있으니.
이명박은 불과 넉달전에도 지키고 있던 나의 신념을 무너뜨린 점.
당장 사과하라!
아.. 노무현에 대해 말하려 했는데.. 왜 이명박으로 끝나는거야?
이뭐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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