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오늘 지각해서 그러는데 오전 수업 노트 좀 빌려주면 안될까?"
"응, 그래"
"내일 수업시간에 돌려줄게"
"알았어"

"이거 주세요"
"며칠 이용하실 건가요?"
"일주일이요."
"3만 5천원 입니다."

 두 대화의 차이를 가져온 것은 무엇일까? 이는 바로 '신뢰'의 차이이다. 우리가 물건을 빌리고 구입하는데 화폐를 이용하는 이유는 바로 타인에 대한 '신뢰'의 수단인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익이 있는 사람들 끼리는 돈을 매개로 할 필요 없이 가치 있는 것을 주고 받는다.

 사람들이 줄 수 있는 도움들 중에는 명확한 '가치'를 정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가치를 정하기 어려운 것에 대해 무작정 신뢰하기란 더욱 어려운 것이다. 이것은 인터넷 쇼핑몰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형태도 보이지 않고 상대방이 어떤사람인지도 알기 힘든 인터넷에서 상대방을 신뢰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신뢰는 때론 돈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좋은 품질의 상품과 서비스 또는 경영자의 자질이나 매력을 발산함으로써 신뢰를 얻게 된다면 적은 자금이라 할 지라도 자금을 모을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일반론으로서 신뢰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상대방을 신뢰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은 인터넷에 있어선 더 크기 때문이다. 웹 2.0 시대가 도래하여 생긴 변화로 한 사람 한 사람이 발신자가 될 수 있는 점은 자주 언급되고 있다. 분명히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정보의 발신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우리 각자에게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진정 발신자가 되는 방법을 알게 되었는가? 이를테면 개인이 블로그를 만들었을 때, 방문자 수를 높이려면 예사롭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내용을 가지고 있어도 시간과 자금이 없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를 신뢰하고, 협력하고, 지원할 존재가 필요하다.

 신뢰가 인터넷 상에 내포된다면, 숨겨진 인재의 발굴만이 아니라 포드캐스팅으로 대표되고 있는 인터넷 상의 교환도 변할 것이다. 신뢰가 확고한 '가치'를 가질 수 있다면 이익과 노동의 형태가 변한다.  

 인터넷의 인기 사이트 중에는 우리들에게 상당히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즐거움을 주는 사이트들이 많이 있다. 그러한 사이트가 생겨나는 것을 보면 내용에 따라 상대방을 신뢰하고 투자와 같은 행위를 하는 일이 이해관계의 면에서 보면 결과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마이스페이스의 경우에도 재능있는 일반인들의 음악 파일에 사이트 이용자들이 관심을 표하고 나아가 투자를 함으로써 상호 win-win의 구조로 폭발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힘모아닷컴(www.himmoa.com)' 필두로 네티즌 투자 음반 제작 업체들이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이 있었다. 이 사이트에선 음반 제작기간 동안 네티즌들의 소규모 투자를 통해 음반 제작비를 모금한다. 만약 발매한 음반이 큰 성공을 거두었을 경우 수익금의 일정 부분을 투자한 네티즌들에게 배당하는 방식이다.

 이는 나아가 '인터넷 주식회사'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세계에서는 복잡하고 번거로운 절차 때문에 주식회사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소수의 사람들로 부터 비교적 액수가 큰 돈을 모아서 만다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인터넷을 사용함으로써 많은 사람들로부터 소액의 자금을 모아 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방문자들은 단순히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용자 뿐만 아니라 소규모의 투자자로 참여함으로써 배당금을 노려볼 수도 있다.

 이러한 구조를 도입함으로써 내용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활약할 무대가 없었던 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사람들에게 최대한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또 이러한 방법으로 '자금'을 모아 만든 사이트는 모으는 단계에서 많은 사람들과 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참고하기 쉬운 장점도 있다. 혼자일 경우 아무래도 독단적이 되기 쉬운 사이트의 경영에서 다양한 주주로부터 의견을 얻고 리얼타임으로 평가를 받음으로써 자기가 갖고있는 것을 어떻게 활용하면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어떤 서비스에 니즈가 있을까? 등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마치 자금도 모집하고 수많은 베타테스터들도 모집하는 형태랄까?

 중요한 것은 '신뢰'의 가치를 인터넷 사회속에 도입할 수 있다면 인터넷의 가능성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사회는 실제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동시에 '신뢰'가 내포될 가능성도 매우 큰 사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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