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고병헌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보면서 한 사람의 인간이 동시에 극단적으로 모순되는 두 가지의 행동을 할 수 있었던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가족과 함께 하는 행복한 저녁식사의 ‘맛’을 알고 있는 아이히만이 낮에 그토록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저질렀던 것은 그가 가진 ‘악마적 성격’때문이 아니라 정작 `그가 별 생각이 없었다`라는 사실때문이라는 점을 파악한다.

즉, 악(惡) 자체에는 ‘인간의 생각을 그릇된 길로 가게 하거나 해칠 수 있는 힘’이 없으며, 사유(思惟) 자체에 악의 근원이 있다는 생각이다.

한나 아렌트의 이러한 견해에 대해 `경영학의 대부(代父)`인 피터 드러커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다음과 같이 다른 방향의 의견을 피력했다. “악은 절대로 평범하지 않지만 인간은 평범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어떤 조건으로든 악과 흥정해서는 안 된다. 그 조건은 언제나 악의 조건이지 인간의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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