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디를 가나 강의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운동과 관련된 곳이 아니더라도, 심지어 오래간만에 만난 학교 동기들도 강의석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먼저 물어볼 정도이다. 한국에서 병역거부자-혹은 희망자-에 대해 이토록 보편적으로 반응을 보인 적이 있을까? 강의석은 가히 폭발적인 관심을 얻는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 강의석의 거사(?)는, 그동안 더 섹시해져야 한다고 했던 활동가들에게 귀감이 될만 했다. 한국의 대통령이 취임 직후에 가진 '국군의 날'에서, 게다가 건군 60주년이라고 평소보다 더 공을 들였다던 군 사열 행사에서, 강의석은 시원하게 옷을 벗어 재꼈다. 그는 그 의식의 엄숙함을 도발적으로 조롱했고, 그럼으로써 그들의 의식 속 기만적인 권위를 흔들었다. 비록 탱크가 멈춘 시간은 30초에 불과했지만 충격은 대단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는 실패했다. 임재성의 지적처럼, 그가 이번 퍼포먼스를 통해 얻은 것은 너무도 적어 단지 언론에 의해 소비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난 2006년 국방부가 만든 대체복무제 연구위원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시민들 중 39.3%가 대체복무제 도입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압도적인 비율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시민들이 대체복무제를 도입에 호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간 이 비율이 크게 변했을만한 사건이 없었을 뿐더러 오히려 이명박 정권의 의도하지 않은 도움(?) 덕택에 늘었을 가능성도 높다. 아무튼 지금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에 대한 논의는 그 자체의 존재를 알리는 것보다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 라는 의제로 옮겨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강의석은 탱크 앞에서 누드시위를 하는 동안, 그것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군대를 없이도 평화롭고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만 전달했을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딱 그뿐이다. 강의석 스스로는 " '모임 때 놀러 가고 싶어요' '저도 동의함' '군대가 정말 꼭 필요할까요? 평화가 최고인데' 등의 문자가  더 많이"  왔다고 말 하지만, 나는 언론이 그의 이번 거사를 싣는 동안 여론이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고 판단한다. 그렇게 되는 것이 그가 소위 '진정성' 없었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그가 쿠키를 만들고 친구들과 발레를 하는 등의 노력은 쏙 빼놓고 그저 "옷 벗고 군대가기 싫다고 쇼했다"고만 보도하는 언론의 보도행태가 더 문제였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였건 그가 언론을 탈수록 여론은 병역거부운동에 더 나빠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그의 입대거부 제안방식과 그가 그리는 운동의 상 또한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그는 박태환에게 공개적으로 병역특례를 버리고 군대에 가지 말자고 제안했다. 그의 병역거부운동은 과잉희망에서 나오는 유토피아 같다. 마치 다른 이들이 모두 일시에 항쟁하면 세상이 금새 바뀐다고 생각하는 전민항쟁에 대한 이야기를 섹시한 방법으로 다시 듣고 있는 느낌이다. 그의 제안방식은 후배에게 '감옥에 가는 것도 좋은 추억'이라고 쉽게 말하는 어느 권위적인 선배와도 흡사하다. 그러나 생각보다 먼 혁명 앞에 놓인 개개인들에게는, 그러한 제안이 때로는 폭력으로, 때로는 무책임으로 들릴 수 밖에 없다.

 물론, 그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는 생각과, 그가 만든 쿠키와 발레, 누드 시위가 너무나 상큼하다는 느낌 때문에 그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가 그의 자전거를 팔아 이 모든 활동들에 열성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들의 걱정이 너무 나간 생각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감히 성골도 아닌 놈이!'라며 질시를 보내는 서울대생들의 쪼잔함도 그렇고, 르쌍트망에 사로잡혀 "나도 갔다 왔으니까 너도 가!"라는 예비역 아자씨들의 악다구니 역시 그를 비판할 수 없게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가 "오랫동안 평화활동을 해 온 분들"이 "평화운동의 장에서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를 하는 것을 보고 조심스러움은 접기로 했다. 상황은 오히려 그 반대이다. 그가 좁은 평화운동의 장에서 언론에 의해 소비되는 것을 즐기는 동안, 그는 마치 평화운동의 얼굴과 같이 되어버렸다. 그가 언론을 통해 소비되고, 소비하고 있는 것은 그 자신 뿐만 아니라 평화운동, 특히 병역거부운동이다.

 연대는 무조건적인 내 식구 감싸기가 아니다. 그러다가 동반파산했던 것을, 우리는 노무현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비싸게 수업했다. 강의석은 자신과 견줄만큼 퇴임 후에도 언론에 자주 나오는 노무현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노무현은 임기 내내 뉴스꺼리를 만들었지만 그럴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그가 요즘 자신이 만든 민주주의2.0을 통해 노공이산으로 다시 뉴스꺼리를 생산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를 두둔할 수 없지 않은가? 언론에 자주 비춰지는 것 못지 않게 언론이 무엇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가에도 민감할 필요가 있다. 만일 그의 행동 중 일부는 탈각하고 나머지에만 과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언론전략은 급히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그런 점에서 임재성은 매우 적절한 시기에 지적했다. 만일 강의석이 스스로의 언론전략을 수정할 생각이 없다면, 그의 운동과 분화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지금처럼 선의의 비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 연대일 것이다.



Posted by gomgo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