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 책 읽는 대로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그의 진실된 경고




한동안 책을 멀리했더니 가시가 돋히진 않지만 무언가 아쉬움이 있어서 요새 책을 좀 읽어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덕분에 `책 읽는 대로' 카테고리가 한동안 죽어있었군요. 그래서 노암 촘스키와의 인터뷰 내용으로 구성한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라는 책의 내용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1999년에 드니 로베르와 베로니카 자라쇼비치 두 프랑스 사람이 그를 인터뷰한 내용입니다만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그 내용의 가치는 여전합니다. 제가 인상적으로 느꼈던 일부분을 추출해서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P.11(프롤로그)

촘스키가 우리에게 전해 준 중요한 교훈의 하나는 기존의 생각을 곧이 곧대로 믿지 말고, 말을 앞세우는 사람들을 절대 믿지 말라는 것이다. 어떤 것도 확실하고 당연한 것이라고 믿지 말라는 것이다. 확인하고 심사숙고하라는 것이다. 각자의 기준에 따라 생각하고, 기지(旣知)의 사실에서 해방되라는 것이다.


프롤로그에서 드니 로베르가 노암 촘스키와 그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노암 촘스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우선 우리가 아는 기존의 사실에서 옳지 못한 것 그리고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하는 그는 굳이 무엇이 절대적인 진리, 진실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사회, 나라의 어떤 것에도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을 권고하는 그는 스스로 자신이 `세상일을 염려하는 사람' 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P.52(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힘에 의해서만 유지되고 있는 권력은 때로 공포에 떨게 될 것입니다.
-코슈트(헝가리의 정치가)


이 책은 한 챕터를 시작하면서 본문의 글과 명언을 실었는데요.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챕터를 코슈트라는 사람의 명언으로 시작했습니다. 노암 촘스키의 말이 아닌데도 이렇게 따로 챙겨놓은 것은 그만큼 공감이 많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되돌아보면 현대의 길지 않은 세월을 제외하면 인류의 역사는 힘에 의해서 유지된 권력이 지배했습니다. 역사의 대부분이었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꼭 현실과 동떨어진 과거의 일은 아니군요. 세계의 여러나라,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 또한 저러한 지적에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힘으로 국민을 제압하던 것이 불과 몇 달 전 입니다. 그 전에는 모르겠지만 지금 그들은 분명 두려워하고 있을 것입니다.

P.59(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달리 말하면 시민의 권한을 개인 기업에 양도하는 것이 신자유주의 입니다. 다국적 기업은 국민 위에 군림하지만, 국민 앞에 책임지지는 않습니다.


이 책에서 노암 촘스키는 다국적 기업, 그리고 허울 좋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대해 굉장한 분노를 보여줍니다. 10년 전의 인터뷰에서 그가 우리에게 역설하던 그 세계화의 어두운 현실은 지금도 그대로입니다.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지요. 다국적 기업의 배만 불리는 신자유주의 덕에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은 모래를 주식으로 할 정도로 더 가난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지요. 각각의 다국적 기업 손 아래에 있는 한국과 미국 정부는 FTA라는 이름 아래 국민의 건강조차 무시하고 있습니다.

P.90(자본주의는 없다)

물론입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역할을 해낸 주역입니다. 한 나라가 파산 상태에 빠지면 IMF가 재정 지원에 나섭니다. 그런데 IMF가 인도네시아에 돈을 보낸다고 했을 때 그 돈이 어디로 가는지 아십니까?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와 대금업자, 쉽게 말해서 은행에게 돈이 넘어갑니다... 어중간한 반(半)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투자의 위험도가 클수록 수익도 비례해서 커집니다. 이 둘은 언제나 한 쌍입니다. 요컨대 지갑을 두툼하게 하려면 위험한 분야에 투자해야 합니다.
하지만 위험한 곳에는 최소한의 돈을 투자하는 것이 원칙 아닙니까? 그런데 IMF는 모든 것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언젠가부터 투자자들은 인도네시아나 타일랜드처럼 위험한 나라들에 서슴없이 투자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와 같습니다. 문제가 생기는 즉시 해당국의 공공자금이 투여되니까요. 이 때문에 경제학자들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 칭하는 현상이 심화될 뿐입니다. 이런 체제는 결코 자본주의가 아닙니다.


IMF가 세계 경제를 이런 상황으로 몰아간 주역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질문에


어째 남 얘기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시나요? 그렇습니다. 촘스키는 인도네시아의 예를 들었지만 이는 외환 위기 당시의 대한민국과 같은 상황입니다. 우리는 경제난의 파도에 간신히 죽다 살아나 올라 선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세계화의 파도 속에 휩쓸려 가고 있을 뿐 입니다.

P.108(보이지 않는 세력이 경제를 지배한다)

미국이 한국에게 시장을 개방하라고 압력을 가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습니까? 한국의 금융시장은 완전히 미국의 지배 하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은행들이 연이어 파산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이제 미국계 금융기관들이 한국의 은행들을 떡 주무르듯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습니다.


이것 저것 볼 것 없이 외환은행만 생각해도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지금 어떤 상황에 치달았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정말 주물러지다 못해 물러버린게 지금의 현실이죠.

P.109(보이지 않는 세력이 경제를 지배한다)

공공기업의 민영화는 공공기업을 민간 기업이나 외국계 다국적 기업에 넘기려는 속임수일 뿐입니다. 이런 민영화는 대체로 부패한 정부에서 주로 시행됩니다. 이런 점에서 멕시코나 러시아는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다국적 기업의 돈은 경영 지배권을 확보를 위해 이나라 저나라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국의 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켜온 공기업을 외국에 퍼주기에 급급합니다. 우리만 해도 못 퍼줘서 안달 난 대통령이지요. 온갖 공기업을 민영화시키겠다고 폼잡고 있고 세계 최고의 공항이라는 인천공항까지 외국 자본에 팔아먹으려 한다는군요.

P.127(이제는 거대 기업이 권력의 중심이다)

각국 정부는 모든 협상을 비밀리에 진행합니다. 국민이 반대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역 협정의 목표는 투자자, 달리 말하면 다국적 기업의 이익과 권리를 보호하고 증대시키는 데 있습니다. 이런 협정은 국민의 주권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직접적으로 훼손하는 짓입니다.


슬프지만 현실입니다. 미국과의 FTA 협상 당시에 우리 국회의원들까지도 협상 내용에 대해 제대로 접근할 수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어이가 없습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까지도 그런데 국민들에게 국가와 국가 간의 협상은 그저 숨겨야 할 것 밖에 되지 않겠죠.

P.159(현실의 민주주의는 가짜다)

대중은 각자의 삶을 영위하는 데 전념할 것이고, 순간적으로 유행하는 소비재와 같은 피상적인 것에 열중하게 될 것입니다. 모든 단계의 정책 결정에서 `참여자'가 아니라 `구경꾼'에 머물게 될 것입니다. 심지어 노동 현장과 그 이상에 관련된 정책 결정에서도 말입니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앞서 말한 세상의 병폐들을 막고 개선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선적으로 이 국가와 정책에 대한 관심입니다. 물론 어렵겠지만 우리의 삶을 진정 좌우하는 것은 본문에서 설명한 것 같은 소비재가 아니라 우리의 노동 현장과 그 방향에 대한 정책 결정이겠지요.


미국인 회화 교수님의 추천으로 처음 노암 촘스키의 책을 읽었고 처음 읽었던 책이 그 다음 책을 추천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같은 방식으로 노암 촘스키의 다른 책을 읽어나가게 될 것입니다. 노암 촘스키의 주장을 정리하자면 늘 깨어서 의심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소한 개인과 개인과의 의심이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발전적으로 개선해나가기 위한 의심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카테고리 시/에세이/기행
지은이 드니 로베르 (시대의창,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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