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 토요일 오후, 리움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리움 미술관에 대한 디자인적 이야기가 아닌 그 안에 있는 내용물. 특히 1번 뮤지엄 안에 있는 국내의 국보급 유물을 보고 든 생각을 일단 써 놓습니다. 생각이 정리가 안되서 지저분한 글이 된 점. 양해 바랍니다.
리움 미술관의 1번 뮤지엄은 국내의 여러 미술품들을 전시해 놓은 곳 입니다. (이건희의 lee와 museum의 um을 합쳐놓은 처절한 네이밍 센스는 일단 접어두고.) 일단 기사를 검색해 보시면 알 수 있겠지만. '삼성문화재단' 이 운영하고 있는 미술관은 이 리움 미술관과 호암 미술관 두 곳입니다. 우리나라의 국보는 총 405점. 그 중 46점이 삼성의 소유 입니다. 리움미술관에 39점이, 나머지 7점이 호암 미술관에 있다고 하는군요. 그 중에서 이건희 회장 개인 소유의 국보는 31점 입니다.1 필자가 오늘 리움미술관에서 직접 세어본 것이 34 점 이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근접한 숫자군요.)
보물의 경우 리움, 호암 미술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유물의 수는 총 105 점. 리움이 88개, 호암이 17개 입니다. 2 105개의 보물 중에서 이건희 회장 개인소유는 92개, 삼성문화재단 8개. 그럼 나머지 5개는? 리움 박물관 관장 홍라희 씨 명의로 되어있다고 하는군요.
지금 삼성문화재단이 리움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미술문화사업' 이라는 이름으로 리움 미술관, 호암 미술관을 운영을 하고 있는데, 과연 이것이 문화사업 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재단의 이름으로 문화사업 - 일종의 공공 사업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 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물은 '이건희 회장의 개인 수집품' 인 셈이죠. 개인 수집품을 전시하고 그것으로 수익을 얻는 것이 뭐가 나쁜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국보의 의미와 국보가 가지는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국보가 개인의 사유물이 되는 순간 그것은 더이상 국가의 소유가 아닙니다. 개인의 사유물 이므로 얼마든지 '매매, 양도가 가능한 살아있는 돈' 이 되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매매 절차도 간단하고, 명의 변경만 하면 되기 때문에 소유자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처분이 가능한 문화재가 된 셈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국보 1호가 개인의 소유였다면 복원을 할 지 말지는 개인의 의지에 달려 있을 것이고, 그 처분도 가능하게 되는겁니다. (국가에 돈을 받고 팔 수도 있겠고, 혹은 타인에게 양도를 할 수도 있겠죠. 국외로 매매가 가능한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리움 미술관을 관람 하고 나서 좋아하는 고 미술품들을 눈 앞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슬펐다고 하는게 더 가까울 것 같네요. 역사유물 발굴을 전공하는 친구가 전에 이야기 했던 '우리나라의 국보는 대다수가 개인소유' 라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는게 말이죠. (지금 이 친구는 러시아에서 발해 유적 발굴을 하고 있습니다.) 이 친구는 고 미술품이 개인의 사유재산이 된다면 보물이나 국보라는 명목으로 매매를 저지할 수 없다고 말하고 그 현실이 서글프다며 술을 마십니다. 미술품이 미적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금전적 가치로만 평가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합니다. 물질 만능주의인 세상에서 그나마 마음의 위안을 찾을 수 있는 미적 아름다움이 돈에 묶인 것이 정말로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각주를 달아 놓은 기사에서 볼 수 있는 말 중에 “국보와 유산은 선조와 국민의 것이지 개인의 소유는 아니다” 라는 글귀가 자꾸 마음에 와 닿습니다. 상속세, 증여세도 붙지 않는 데다가 얼마든지 매매가 가능하니 비자금 명목으로 사용도 가능하겠군요. 게다가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으니' 행정적으로는 합법인 셈입니다. 얼마 전에 '행복한 눈물' 이 비자금 명목으로 사용되었던 실예가 있기 때문에 이런 불안감은 더 큰 듯 합니다.
국보의 사유화. 별 것 아니라고 생각 할지도 모르겠지만 문화의 사유화, 물질화 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커다란 문제입니다. 위의 말처럼 국보와 유산은 선조, 국민의 것이지 개인의 소유는 아니겠지요. 얼을 전해져 내려온 나라와 국민의 정신적 재산이니까요. 그런 것들이 하나의 금전적 가치로만 취급되는 것은 크나큰 슬픔입니다.
ps - 동행했던 친구는 이런 상황을 보고 "아, 사실 삼성이 국보 1호 일지도?!" 라는 말을 하더군요. 아.. 오히려 이쪽이 더 신빙성 있게 들리네요. 숭례문은 잊혀지지만 삼성은 잊혀지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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