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마흔에 아기 취급을 여전히 받고 산다.
- Posted at 2008/09/03 23:58
- Filed under 은파에세이/가족
지난 여름휴가때 시골집 모퉁이에서 숨어 있던 아직은 설익은 포도다.
봄에 잠깐 시골에 들렀을때 가지를 지탱할 지지대가 없어 산발이 되어 바닥에서 뒹구는 놈을 지지대를 받쳐주고 곁에 훼방꾼들을 뽑아주었더니 제법 튼실하게 열매를 맺었다. 그래도 여전히 아직은 포도맛을 내기에는 한참 어린 놈이다.
그제는 어느 지인의 상가집을 다녀 왔다.
나보다는 시골에 계신 아버님과 가까운 사이지만 시골에서 아버님이 다녀 가시기에는 너무 먼거리이고 또 요즘 아버님께서 편치 않은 관계로 아버님을 대신해 문상을 하고 왔다.
문상을 하고서 잠시 앉아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보고차 시골집에 전화를 했다.
어머님께서 받으신다.
"그래, 댕겨 왔냐"
"네, 엄마 근데 아버님 건강은 어떠셔"
"암시랑토 안햐, 걱정마 근데 야야 상가집가서 어떻게 인사를 하는지는 알고 있냐?" 하신다.
어머님께서 또 그 아들을 어린애 취급하는 병이 도지신게다. 상가집에 문상가고 인사드리는 일은 의례 어른들만이 해야 하는 일이고 마흔이 넘은 당신의 아들은 아직도 어른이 되지 않아서 상가집에서 예를 올리는일을 하지 못할것이라는 염려가 발동 하신게다.
순간적으로 장난기가 발동 했다.
"인사? 응 잘했어 그곳에 가서 만나는 어른들 마다 깍듯이 배꼽인사로 안녕 하세요 했으니께"
"떽! 그런곳에 가서 상주 하고 인사하는것을 니가 알랑가 몰라" 여전히 염려의 마음을 거두지 못한다.
"엄마! 나 시방 두 아이의 아빠거덩, 언제까지 나를 아기 취급 헐거여"
"모르것다, 잘 하고 왔으면 되었다" 뚜뚜뚜~~. 당신의 말만 하고서 전화세 나간다고 급히 끊으시는 어머니가 나를 아기 취급하는 경우는 이것만이 아니다.
몇해전 누님으로부터 중고차를 인수 받았다. 그전에 자동차가 없을때는 어린 두아이를 데리고 시골에 다녀오는게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그때 당시 나의 아내는 재수씨가 아이들 우유와 일회용 기저귀를 자동차 뒤 트렁크에 넉넉히 싣고 오는 모습이 여간 부러운게 아니었다고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아내는 분유와 기저귀를 최소화 해야 했으니까....
누님에게서 자동차를 받고서 그해 봄 아버님 생신날 처음 자동차를 몰고 시골에 갔었는데 먼저온 누님가족과 동생네 가족, 시골에 계신 작은 아버님 가족 모두가 나의 자동차가 시골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우뢰와 같은 박수로 환영을 해줬다. 그 이유는 먼저온 누님과 동생에게 어머니는 처음 차를 몰고 먼 길을 오는 나를 보이콧해서 데려오지 않았다며 달달 볶았다는거다. 출발을 하면서 전화를 드렸으니 그 기다리는 동안 얼마나 걱정을 하면서 곁의 사람들을 성가시게 했는지 눈에 선하다. 차에서 내리는 나의 손을 잡으며 이제는 되었다고 눈물까지 글썽였으니 어머니 눈에는 동생 보다는 아직도 내가 더 못 믿어우신가 보다. 우리 네 남매가 모이면 누님과 동생들은 시골에는 자기들 엄마는없고 나의 엄마만 존재 한다고 투정이니 나를 향한 엄마의 마음은 정평이 나 있다.
아버님께서 힘겹게 경운기를 운전하는 모습에 도와주고 싶어도 어머님은 절대로 나에게 경운기며 트렉터를 운전하는걸 허락치 않는다. 건설 현장에서 중장비 운전도 짬짬히 하는 이력을 가진 나에게 당신의 눈에 보이는곳에서는 아버지의 경운기를 나에게 맡기지 않는다. 대도시에서 수많은 빌딩과 공장의 전기공사를 해온 당신의 아들이 시골집의 전등을 교체해주는 모습을 바라보며 안절부절 하지 못했던 마음의 소유자가 우리 엄마다.
지긋지긋한 농사일에 길들여 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은 이해를 하지만(실제로 어머닌 나에게 공부로 성공을 해서 흙을 묻히지 않고 살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 마음을 충족 시키지 못한 현실 이지만) 나의 전공 분야까지 못 미더워 하시니 당췌 말릴 재간이 없다.
........
어머니는 당신의 자식을 아기로 대하는 마음이 본능적으로 작용 하나보다. 또 그것이 어머니가 끈질기게 살아가고 있는 동력인지도 모른다.
가끔 "엄마 나 이제 두아이 아빠고 한 가정의 가장 이거든" 이런 시위를 하면
"하이고 니가? 용났네 그려도 아적 멀었어 니 식구들 건사나 튼실히 잘혀" 하신다.
한마디로 뻔데기 앞에서 주름잡지 말라는 말투다.
그런 엄마가 나에게 의지할 시간이 오면 얼마나 고단하고 슬퍼질런지.....
'은파에세이 > 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장남 이라서 미안 합니다. (3) | 2008/09/10 |
|---|---|
| 불효 (4) | 2008/09/08 |
| 나이 마흔에 아기 취급을 여전히 받고 산다. (9) | 2008/09/03 |
| 아내의 꿈. (2) | 2008/08/30 |
| 어쩌지 못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12) | 2008/08/03 |
| 어머니의 늙어감을 발견 할 때. (18) | 2008/07/13 |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추천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