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8년차의 비애
산다는 것은
2008/09/03 01:24
하나. 한국한문교육론
2학년 때 애들따라 괜히(?) 들었던 '언어문화교재강독'의 대체 과목이다. 사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동일 과목이다. 여기서 배우는 것은 우리 문학 중 '한문'으로 씌어진 것들이다. 물론 문학만이 아니라 소위 비문학이라 할만한 여러가지 글들을 모두 포함한다. 한창 술먹고 놀던 대학 2학년 시절에 이런 수업을 열심히 들었을 리 없다. 결국 기말고사 날에 이름만 쓰고 나오고, 시험마저 지각한 동기 마피아가 내가 나오는 것을 보고 비웃으며 들어갔다가 2분만에 나온 바로 그 수업이다.
이번 강의를 맡으신 조희정 선생님이 물었다. 질문은 '교육'을 논하는 사범대에서 '한문'을 가르치는 것에 대한,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고등학교 때 한문 배웠어요? 수업이 어떤 방식이었죠?"
앞에 앉은 여러 후배(?)들을 거쳐 내게 질문이 돌아왔다. 01학번, 대학 8년차의 대답은 간단했다.
"배운 것 같기는 한데... 10년 전 일이라..."
"학번이 어떻게 되세요?"
"01학번이요."
"아... 네."
둘. 대학영어
TEPS 500점이 넘으면 들을 수 있는 대학영어. 난 입학할 때 답안지에다 예쁜 하트(?)를 그렸기에 500점을 넘지 못했다. 그래서 수강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 졸업 학기에 눈 딱감고 때려 넣었다. 졸업은 해야한다. 수업에 들어갔더니 한국인 선생이 들어와 정말 어색한 악센트로 본 수업은 "오직 영어"로만 진행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만약 한국어를 쓰면 쫓겨난단다. 졸업이 목전에 있는데 그런 멍청한 짓을 할 리 있겠는가!
그리고 그 선생이 말했다. 나를 보며 말이다.
"I'm not going to consider your graduation, age, and..."
저는 (학점 매길 때)여러분의 졸업, 나이 같은 것은 고려하지 않을 거에요.
허허;;
어쩌라고...
***
대학을 오래 다니긴 오래 다녔다보다. 선배는 고시하던 사람 하나 남았고, 동기 역시 11학기를 다니며 여러가지를 시도(?)하던 녀석 뿐이다. 아, 박사과정 하나, 석사과정 둘 있다. -_-a 나는 그다지 특별한 것을 한 게 없는데도 여전히 학교에 남아있다. 아직 정규학기(8학기)를 넘지 않았으니 정말로 대단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과사에 가서 졸업 사정을 받을 때 "넌 아직도 다니냐?"란 소리를 들었다. 교수님들은 두말할 것도 없다. 사범대생의 졸업이 좀 빠르기 때문이기도 할게다.
학교를 오래 다니고 있으니 영 재미없다. 예전에는 그냥 캠퍼스에 발을 들여놓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만나면 껄끄러운 사람도 있고, 만나서 이야기라도 해보고 싶지만 정작 보게 되었을 때 피하게 되는 사람도 있다. 죽고 못 살던 선배, 동기들은 남아있지 않고 후배들도 그냥 그렇다. 교수님을 봐도 그다지 살갑지 않고 수업을 들어가도 눈이 반짝반짝 빛날 일이 없다. 학교에 장터(다른 학교에서는 '주점'이라고 한다더라.)가 서도 예전처럼 잔디밭에 앉아 막걸리를 하고프다는 생각이 쉬이 들지 않는다.
역시 뜰 때가 되었나보다. 빨리 졸업해야지 :)
더 있으면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
'산다는 것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지갑을 잃어버렸다 (6) | 2008/09/06 |
|---|---|
| <주몽>의 현토군 태수 양정, 윤동환을 강사로서 만나다 (18) | 2008/09/04 |
| 대학 8년차의 비애 (22) | 2008/09/03 |
| 확정된 마지막 학기 시간표를 공개합니다 (8) | 2008/09/01 |
| 모두를 폭소케한 센스쟁이 졸업 플랭카드! (9) | 2008/08/30 |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