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007의 21번째 시리즈인 <카지노 로얄 (Casino Royale)>은 이제는 끝났다고 생각한 시리즈를 완벽하게 부활시킨, 007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 이야기에서 바로 이어지는 22번째 시리즈 <퀀텀 오브 솔라스 (Quantum of Solace)>(이하 [QOS]) 는 거대해진 적의 규모와 자본을 바탕으로 강한 액션을 선보임은 두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시리즈 중 가장 짧다는 [QOS]가 가장 길다는 전편 <카지노 로얄>에 비해 길게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 분명히 전자는 106분, 후자는 145분, 무려 39분이나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QOS]가 더 길게 느껴지고, 솔직히 말해 좀 더 지겹다. 보고 나서 계속 생각했다. 진짜, 왜일까?

[QOS]에는 예상보다는 액션신이 많지 않다. 굳이 말하자면 <카지노 로얄>도 액션신은 많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총격신을 비롯한 다양한 무기를 이용해 적과 대치하던 전편들과 비교해 훨씬 호쾌하고 그로 인해 새로운 매력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카지노 로얄>의 액션은 짧지만 강렬했다. [QOS]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더불어 불어난 제작비를 통해 오프닝 시퀀스 전 카체이싱 장면부터 거대한 폭발신까지, 감탄할 만한 장면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그게 문제다. 전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요 액션신은 이미 예고편에서 공개되었다. 나머지 액션신들은 전편과 비교해서 더 발전한 부분이 없다. 그리고 새로운 모습의 액션신은 이미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듯이, 첩보원계의 떠오르는 유망주 본(Bourne)이 해낸 액션의 변주에 불과하다. 옥상 위를 뛰어다니며 건물을 뛰어넘는 장면은 이미 <본 얼티메이텀(The Bourne Ultimatum)>에서 충분히 즐기지 않았나. 그나마 [QOS]에서 즐길만한 액션신은 근육덩어리 본드(대니얼 크레이그)가 전편보다 훨씬 고생하는 육체노동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지막 폭발신은 어떤가. 호텔을 그냥 날려버리는 거대한 장면이다. 건물이 폭발하기 전 최후의 적과 본드의 대결은 당연히 클라이막스라 할 장면이다. 그런데, 이 또한 액션의 쾌감을 주기에는 불충분하다. 굳이 전편과 비교하자면 <카지노 로얄>의 건물 붕괴 장면, 즉 베스퍼(에바 그린)의 죽음 장면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서서히 가라앉고 무너지는 건물 사이에서 고생하는 본드와 가라앉는 베스퍼의 모습은 긴장감에 안쓰러움까지 더해져 감정을 자극하는 재미(?)를 줬다. 그에 비해 [QOS]의 마지막 장면은 일대일 대결에서의 긴장감도 별로 없고, 본드걸 카밀(올가 쿠리렌코)의 과거 기억에서 오는 모습 또한 안쓰러움과 같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싸우고 구하고 폭발하고, 이게 끝이다. 액션도 감정이 필요하다. 감정이 부족한 액션은 그저 폭력에 불과할 위험이 있다. [QOS]의 액션은 그 위험의 선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

스토리 전개 역시 끊어지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다시 전편 이야기를 꺼내서 좀 그렇긴 하지만, <카지노 로얄>에서 가장 긴장감 넘치는 장면은 액션신이 아니다. 바로, 호텔에서 벌어지는 포커 장면이다. 서로의 눈을 통해 모든 대화를 대신하는 그 장면은 그 어떤 액션신보다 강렬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 사이사이에 진행되는 소소한 액션 장면들과 본드의 위기 역시 시퀀스의 리듬을 타고 관객에게 흐름을 즐기게 한다. 그러나 [QOS]에는 그만큼 강렬한 장면과 특유의 리듬감이 없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액션신과 드라마 진행이 분리되어 있다고 할까. 마치 무슨 규칙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대화가 끝나면 건물에서 액션, 또 대화 한 번 하고 바다에서 액션, 그리고 대화 몇 마디 더 하고 하늘에서 액션... 진부한 장면들의 반복은 아무리 거대한 액션과 흥미로운 이야기도 지겹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QOS]는 어쩔 수 없이 전편과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이는 달리 표현하면 전편이 너무 잘 만들어지면 왠만해선 전편보다 흥미롭기 힘들다는 말이다. 그러나 전편이 어떻게 비평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나 하는 부분만 제대로 잡아내었다면 더욱 흥미로운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카지노 로얄>을 통해 관객은 본드에게 기본 이상을 원하게 되었다. 멋들어진 수트와 매력적인 본드걸과의 썸씽(물론 이번 본드는 역대 본드 중 가장 썸씽이 적다고 할 수 있겠다. 시리즈가 더 이어져봐야 알겠지만), 그리고 장르에 걸맞는 액션과 스릴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만큼 실망이 커질 확률이 높다. <카지노 로얄>은 이 부분들을 쏙쏙 뽑아낸 것은 물론 그 매력들을 배치하는데 있어서도 성공적이었다. 그에 비해 [QOS]는 거대해진 규모에 비해 너무 단순한 조합으로 더욱 아쉬운 모습을 보인다. 어째, [QOS]를 보는 내내 가젯 마스터 Q가 개발한 본드카와 늘 새로웠던 신무기들이 그리워진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망상돌이
<< PREV : [1] : [2] : [3] : [4] : [5] : ... [23]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