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를 일주일째 달고 다닌다. 기자워크숍 이후에 으슬으슬 춥더니, 주중 내내 콧물과 부은 목 때문에 고생했다. 일년에 세네번씩은 이정도 감기에 걸리는 것이 자연스러운지라 이즈음이 되면 으레 이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건강 한번 저질스럽다.

 지독한 감기에도 술자리가 끊기지 않아서 힘든 한 주였다. 처음 가본 기륭 신사옥 앞에서 Easy-net이 주관하는 전태일 열사 추모 예배 뒷풀이를 하고 근처 찜질방에서 잤던 지난 목요일은 피로가 상한가를 쳤다. 덕분에 이튿날 아침, 가뜩이나 잘 붓는 목에서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아침 수업을 꾸역꾸역 듣고 과외를 갔다가 이랜드일반노조 '마지막' 투쟁문화제에 참가하면 곧바로 집에 올 생각이었다. 그렁그렁 찬 그 눈물들을 보기 전까지는.

 마지막… . 이날은 이랜드 일반노조와, 이랜드의 홈에버를 인수한 홈플러스가 해고와 파업에 관한 협상을 조인하고 '노사화합 선언문'을 발표한 다음날이었다. 따라서 510일 간의 파업투쟁이 공식적으로 끝나는 마지막 투쟁문화제였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접할 수 있던 느낌은 협상이 타결되었다는 흥분보다도, 화합이라는 보기 좋은 단어보다도, 툭 대면 터져버릴 것만 같은 복받치는 설움 같은 것이었다.

 그날 그자리에서는 마이크를 잡는 누구건 제일 먼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운을 뗐다. 그들의 말은 안도보다 긴장 속에 있었다. 서부비정규센터(준)의 이류한승 씨의 발언은 그러한 긴장을 그대로 보여줬다.

 "우리는 홈플러스를 계속해서 지켜볼 것입니다. 매장으로 돌아가는 합의안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매장으로 돌아가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한다면 우리는 홈플러스의 좋은 고객으로 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일 그렇지 않는다면, 홈플러스에게 충성스러웠던 고객이 어느날 돌연 매장 앞 1인시위자들로 돌아설 것입니다."

 사실 합의를 통해 홈에버에서 쫓겨났던 노동자들이 얻은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들이다. 그들이 얻은 것은, 해고되어 여지껏 투쟁을 이어왔던 170여명의 노동자들이 원래 일터로 돌아가는 것, 16개월 이상 일을 한 노동자들은 무기계약직으로 분류되어 정규직화되는 것, 추가 외주화 금지, 그리고 그 외 몇 가지 법적 문제들이다. 이 덕분에 직장으로 돌아가게 된 170여명의 노동자들과, 매장 안에 있던 노동자들을 포함해서 16개월 조항에 해당되는 2000여명의 노동자들은 상식의 계단을 하나더 밟고 올라설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상식에 다가가는 비용 또한 컸다. 우선 9명의 노조 지도부는 복직을 포기해야만 했다. 사측이 이들의 복직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완강하게 맞서자 지도부는 스스로를 희생하기로 결단했다. 3년 간 무분규 선언을 해야 하는 것도 앞으로의 노조 활동을 제약하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기존의 지도부가 해고된 상황에서 노조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금요일의 '마지막' 문화제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전기가 끊기게 하고, 가정불화가 생기게 하고, 하루하루 넘길 일을 초분 단위로 초조하게 마을 졸이게 만들었던 500여일의 파업이 끝나는 날이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 시간을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헌신했던 지도부가 결국 자신들을 희생하는 결단을 통해 바꾼 복직인 것도 다들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지도부 중 한 사람인 이경옥 부위원장이 앞에서 오늘을 기뻐하자며 노래를 부르니, 애써 참고 있던 눈물들이 여기저기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차례가 마지막이 아니었다면, 문화제는 계속해서 눈물바다가 될 뻔했다.



 <희망은 있다>

캄캄한 숲길을 걷듯 앞이 보이지 않는 삶에 지친 그대여
그대여 밤새 헤메일 지라도 숲 사이로 아침은 온다

그대 눈살 찌푸리며 한숨 짓지만
오늘도 축복받는 새 생명이 있고

아직 우리에겐 살 같은 벗들이
시작하는 연인들의 사랑도 있다오

그래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 그대 눈빛 빛나고 있는 한
아직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 그대 진실 살아있는 한



 마침 이 자리에는 이랜드 일반노조의 협상타결을 축하하기 위해 기륭분회 노동자들도 함께 했다. 이경옥 부위원장의 <희망은 있다>는 그들 또한 울리기 충분했다. 내 옆에 앉아있던 기륭분회 노동자는 너무도 기쁘고, 너무도 분하다고 했다. "왜 이렇게 당연한 것 때문에 우리는 싸워야 하는거야…"라며 눈물이 범벅이 되어….


 대체 세상은 이 많은 눈물을 어떻게 다 감당하려고 이럴까? 누군가에게는 상식인 것을 위해, 누군가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놓고 싸워야만 얻을 수 있다니. 그 애매한 상식의 회복을 축하하면서, 덕분에 그날밤도 상암동 인근에서 밤을 샜다.
 
 '마지막'이기를 바랬던 그날의 그 문화제는, 꼭 마지막인 것만 같지는 않다. 당장에 이 눈물을 만든 장본인의 옷장사가 너무도 잘 되는 꼴을 보면 말이다.


Posted by gomgoem
이, 이건...뭥미;;; 쓴지도 일 년이 넘은 글이 갑자기 임시삭제를 당했다! 허걱;;
 ㅆㅂ 무슨 글인지 다시 퍼왔다! '하나님의 교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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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포기하기 어렵네』 본문 보기




Posted by gomgoem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며칠 남지 않았다. 지난 봄부터 맡았던 고3  학생과도 오늘 과외가 마지막이었다.

 내가 시험을 본지도 벌써 7년이 지났다. 2001년도에 고3이었던 83년생들에게는 재수하면 월드컵을 보지 못한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특히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 공 하나 던져 놓고 뛰어 놀던 남자 고등학생들에게는 그건 공포 그 자체였다. 그래서 다들 재수는 어떻게든 피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재수도 하고 월드컵도 보는 친구들도 많았다. 

 당시 내 교과서와 참고서들에는 매직으로 대문짝만하게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가 적혀 있었다. 지금은 어머니의 집에 있을-혹은 없을지도 모르는-당시의 내 책상, 책장들에도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는 빠지지 않았다. 무슨 치매걸린 노인이 잊으면 안되는 중요한 걸 눈에 보이는 곳마다 끄적대는 것 마냥 꼭 그 꼴이었다. 

 그렇게 보이는 곳마다 낙서를 해놔도 영 성에 차지 않으면 자전거를 타고 예전에 살던 아파트 앞까지 산책을 다녀왔다. 3동 509호. 멀리 거실 창으로 보이는 그 집을 보면서 되뇌었다. "꼭 다시 저 집에서 살꺼야…"  내게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는 그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주문이었다. 

 물론 어느 순간을 지나면서 그 주문이 별로 효험이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한국에서 그래도 아직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나오면 그 덕에 3동 509호에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주문은 그리 힘을 내지 못할 것 같다.
 
 그때의 고3이 눈물을 훔치면서 남의 집을 훔쳐 보았던 이유는, 단지 그 집이 아쉬워서가 아니라 왠지 그 집에 놓고 온 것 같은 우리 가족의 행복 때문이었다. 쫓기듯 나오면서 챙기지 못했던 어떤 포근함이 아직도 그 집에 남아 있을 것 같았다. 그 집에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쇼파 밑, 침대 매트리스 사이를 구석구석 헤집어서 그것을 다시 찾고 싶었다. 그러면 왠지 우리 부모님은 더는 안 싸울 것 같았다. 금방이라도 뿔뿔이 찢어질 것만 같은 내 가족이 허상이 아니라 실재하는 것이라는, 그래서 그게 사라질까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남들처럼 '당연하게' 있을 것이라는 안심을 얻고 싶었다. 

 재미있는 건, 이 '주문'이 반만 맞고 반은 틀렸다는 점이다. 연세대학교에 들어왔지만 불안은 결코 작아지지 않았고, 부모가 이혼했지만 오히려 안도감이 찾아왔고, 결코 생각하지도 않았던 삶이 내게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이따금씩 큰 행복을 느끼고 있다. 그래도 적지 않은 경험들을 한 덕에 행복이 과거의 어느 때에 떨구어진 분실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것도 재수를 안 한 덕이기도 하니, 아무튼 재수를 안 한 것이 잘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Posted by gomg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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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언론의 기본에 충실해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창간준비를 위한 기자워크샵 열려



 "마.. 조선일보는 내일 3
천명으로 쓸낀데, 너거는 못해도 만 명 써야 안되긋나?"


 8일 예수살이공동체 밀알의 집에서 열린 <가톨릭뉴스-지금여기>의 기자워크샵에서 평화뉴스 유지웅 편집장은 촛불시위 당시 친구에게 받은 질문을 소개했다. 그는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는가가 기본이 된 언론인지 아닌지를 가늠케 하는 기준이라고 했다. 

 유 편집장은 당시 대구에 모여 있던 촛불시위 참가자들의 규모가 많아도 6천명이 안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내가 당시에 만 명이라고 보도했다면 그건 거짓말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말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무리 중요한 것이라도 언론의 기본은 마땅히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여기>에 대한 그의 주문은 사실보도에 대한 강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사실에 기초한다는 기본과 더불어 '왜?'라고 묻는 독자들의 질문에 대해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청년이 짱돌을 들고 창을 깼다고 하자, 모든 언론이 그의 행동을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여기>는 거기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그의 행위는 사실에 기초해서 보도하지만 '왜?'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가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를 깊게 취재할 수 있어야만 한다."

 교회언론비평가 김유철씨 역시 평화신문, 가톨릭신문의 '사설 재활용 행태' 등을 지적하며, '지금여기'가 언론의 기본에 충실할 것을 주문했다.

 "2007년 가톨릭신문 81주년 창간기념사를 통해 사장인 이창영 신부는 이렇게 밝혔다. '…저희는 가톨릭신문이 교회의 기관지임을 자임합니다…그러나 저희가 말하고 지향하는 기관지는 교회 구성원들의 잘못과 실수까지도 덮거나 미화하는 구태를 행하는 그러한 시대착오적인 나팔수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부정하고 있는 그 모습 그대로의 '기관지'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

 그는 이러한 행태 때문에 교권신문들이 교우들의 '가려운데 좀 긁어달라'는 요구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새롭게 창간할 <지금여기>에 △언론성 회복 △지역의 활성화 △시대 읽어내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선적 배려 등을 주문했다. 

 이날 기자워크샵에는 대전, 대구, 제주도 등지에서 올라온 지역 통신원들을 포함해서 20여명의 참가자들이 함께 했다. 1박2일 동안 이어진 워크샵 동안 참가자들은 <지금여기>의 방향, 기자 지위 부여, 기자들에 대한 지원 방법 등을 토론하고 새로운 사이트에서의 기사송고방법을 배웠다.  

Posted by gomgoem